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시골 장례식장을 갔다가 어머니집에 들렀다. 시골 마당에서 어머니와 커피 한잔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귀촌하여 들어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귀촌하여 들어와 농협에서 제공되는 저금리 대출을 받아 농사를 시작하는데 대부분이 실패하여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고 했다. 귀촌하여 촌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지 않아 "딸기", "포도"등 판매 가격이 비싼 고부가가치 작물로 시작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작물들은 철재 하우스, 냉난방 시설 등 투자비 역시 많이 들어가게 되는데 저금리 대출로 폼나게 농사를 시작하였다가 한두해 농사를 실패하고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 결국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한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신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먹고 자란다고. 작물 하나하나에 대해 정성과 손길이 가야지 결실을 맺게 되는데 젊은 사람들은 멋지게 시설은 갖춰놓고 어떤 날은 읍내에 놀려가고 어떤 날은 낚시 가고 하는데 농사가 제대로 되겠나" 말씀하신다.
어머니는 40년간 농사를 짓고 계신데 동네에서는 신농(농사이 신)이라 불릴 만큼 농사에 관해서는 동네 장년들도 따라오실 분이 없다. 최근에는 70이 넘은 연세에 "블랙 사파이어" 포도나무를 심어 기르시고 있다. 쥬키니 호박, 수박, 딸기, 깻잎만 하는 동네에서 갑자기 하우스 포도에 도전하여 동네 사람들 역시 놀랐다.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 포도를 시작하는 집들이 생겼다. 이제 2년이 되어 가는데 포도 작물이 여러 집 중에서 가장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이 만큼 어머니는 농사에 대해서는 정말 남들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뛰어나시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젊은 사람들처럼 농사 방법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다. 나이도 있고 운전도 못하셔서 농업기술원 등에서 하는 교육 등은 젊은 사람들처럼 쉽게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농사로 실패를 하신 적이 없다. 그 비결은 정성, 관찰, 관심에서 나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머니는 하루에도 날씨 변화에 맞춰 하우스의 환기를 높였다 내렸다 하시면 온도 변화에 대응을 하시고 작물이 자라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과거의 경험으로 비추어 수분이 부족한지, 영양분이 부족한지, 병균이 옮았는지를 판단하여 조치한다.
특히 작물이 열매를 맺고 어느 정도 성장하기 까지는 정말 세심하게 작물을 다룬다. 그 시기까지는 시내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작물에 모든 혼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하다 보니 늘 좋은 가격에 작물을 넘겨줄 수 있고 해마다 결실이 다가오면 외부에서 알아서 찾아와 작물을 사가는 단골 사장들도 많다. 그들은 어머니를 신뢰하여 줄기만 나고 있어도 밭데기로 사기도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회사일을 하다 보면 위에 보고를 위해 거창한 프로젝트를 계획서를 발표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근데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자원과 정성을 쏟지 않는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물을 얻기를 원한다. 하지만 정성과 관심을 쏟지 않은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농사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근데 아니다. 농사는 기후의 변화 등 통제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은 업종이다. 다만 부지런한 농부의 정성과 관심, 관찰을 통해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일에 성과를 원한다면 정성과 세심한 관찰, 관심을 쏟아라. 그게 일의 성공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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