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옆 부서 팀장님의 하소연을 들었다. 위의 상사로부터 "원가 20% 절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현장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효율화/최적화 협의체나 만들어서 알아서 해보라"는 식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도 없이 던져진 과제를 보면서, 많은 직장인이 겪고 있을 문제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상황은 이랬다. A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손익이 맞지 않아 원가를 20% 절감해야 했다. 하지만 위에서는 "효율화/최적화 협의체를 구성하라"는 말만 던졌을 뿐이다. 더 난감한 건, 우리 팀이 맡은 조립 공정의 원가가 전체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방향도 모른 채 협의체부터 구성하고 회의를 하라니, 이건 마치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등산을 시작하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나는 팀장님께 원가의 구성에 대해 여쭤보기 시작했다. 재료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원재료비와 구매품 재료비는 분석이 되어 있는지. 또 노무비의 경우 직접노무비는 전량 외주 생산으로 외주가공비가 되고 간접노무비만 있을 텐데, 이런 구조를 파악하고 있는지 물었다. 해당 팀장 역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원가를 20% 줄이는 목표를 받았다면, 우선 협의체 구성이 아닌 원가 구조의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을 드렸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작하는 개선 활동은 방향을 잃기 쉽기 때문이며, 개선 후에도 당초 목적한 것을 달성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원가절감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무 효율화, 프로세스 개선, 품질 향상 등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현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현상을 이해하려면 전체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쪼개야 한다.
모든 개선은 '쪼개고 합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특히 원가절감처럼 수치화된 목표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TCR(Total Cost Reduction) 전문가들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현상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모든 개선의 시작점이다.
원가를 줄이려면 먼저 원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면 먼저 현재의 프로세스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품질을 높이려면 먼저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해야 한다. 이처럼 모든 개선은 철저한 현상 분석에서 시작된다.
일을 잘한다는 건 결국 '본질'을 보는 눈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본질은 항상 분석에서 시작된다. 원가절감이라는 막막한 과제 앞에서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전체를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일잘러의 첫걸음이다.
가끔은 천천히 가는 것이 더 빠른 길이다. 문제 해결이 급하다고 해서 현상 파악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면, 결국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오늘도 수많은 직장인이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잠시 멈춰 서서 현상을 들여다보는 여유,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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