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바뀐 생각 중 하나가 보통 삶이 좋은 삶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성공한 삶, 화려한 삶을 갈망했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냥 그저 그런 삶이 좋은 삶인 것을 알았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난 죽음을 많이 경험했었다.
내가 죽음을 처음 느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다. 그 이후 직장을 구하고 할머니와 작은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지금으로 치면 할아버지, 할머니도 많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연세가 있었지만 작은 아버지는 환갑이 되기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병원으로 찾아갔었는데 그때 병마와 싸우고 죽음을 며칠 남겨둔 사람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아직도 머릿속에 그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으니 꽤나 충격적인 모습이셨다.
그리고 가까운 가족 중 몇 해전 이모부가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넋이 나간 이모의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다.
친구도 3명을 보냈다. 3명 모두 군대를 갓 제대하고 꽃다운 나이에 교통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보냈다. 친한 친구의 죽음을 처음으로 느낀 그때 나이가 22살이었고 화장터에 "불났다"라고 외치는 그때의 그 모습, 그 소리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그리고 화장 후 뼈가루의 따뜻한 촉감도 여전히 손 끝에 느껴진다.
그리고 장모님은 5년간 병상에 누워 계시다가 몇 해전 영면하셨고 지금은 장인어른께서 병원에 1년째 거동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마와 싸우고 계시다.
이렇게 많은 죽음들을 보고 죽기 전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허무함도 많이 느꼈다.
때로는 성공했든 동네 형이 사업 실패로 자살을 하기도 하고 친구 누나는 47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 아이를 떠나보내고 그리고 몇 달 후 친구 어머니도 돌아가시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산 분배로 형제와 싸워 등을 지는 것도 보았고 젊은 나이에 뇌졸중으로 거동을 제대로 못하는 존경하는 선배도 옆에서 지켜보았다.
우리는 성공한 화려한 삶을 꿈꾸지만 성공의 과정에서 아픔과 슬픔과 그 속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저 그렇게 보내는 삶이 고맙다. 큰 사고 없이 그렇다고 큰 행운 없이 그냥 그런 삶이 좋다. 그래서 가끔은 그저 그런 삶이 계속되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나에게 또는 주위에 뭔 사건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큰 성공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다가 늙어서 죽음으로 가는 삶을 살고 싶고 주위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가끔씩 주위 사람들의 충격적인 사건들을 듣거나 경험할 때면 그저 그런 삶이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금요일 저녁 아무 일 없는 오늘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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